힘듦냄새는 호흡기를 통해 전해진다.
내가 맡아본 첫 번째 냄새는 엄마이다. 부모님들께서 싸우시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본' 적이 없다. 보지 않았다는 건 오히려 더 많은 상상을 제공할 뿐이다.
아이들에게 싸우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안 좋다며 안방문을 닫고서는 전혀 침착하지 못한 목소리로 서로에게 호통을 친다.
'주말에 가족과 놀러갔어'라는 말이 일반적인 일상일 줄은 몰랐다. 누구나 다 자기집에 소음이 항상 있을 줄 알았다.
싸운다는 건 언제나 나쁜 냄새를 풍긴다. 찝찝하고 불쾌한 냄새는 고기집의 냄새처럼 옷, 머리카락 등 내 온 주변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부모는 항상 불쾌한 냄새가 풍기는 덩어리의 실체를 보여주지 않았다. 엄마는 나의 겉을 털어주기만 하고, 힘들어했다. 조금의 위로를 받은 나는 큰 위로를 엄마께 바치고 싶었다.
내 머리카락 한 올조차 그녀에게 무게를 부여하니 않았음 했다. 내가 짐이 되지 않도록 그렇게 살아왔다. 매번 노력했다.
아빠는 나에게 폭력적이지 않다. 엄마에게도 폭력적이지 않고, 누구에게도 폭력적이지 않다. 아빠는 온도가 없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다. 그 온도가 무관심의 온도라는 것은 고등학교 친구네 집에 놀러갔을 때서야 알게 되었다. 아빠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아빠의 딸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오히려 자랑스러운 딸.
그 비폭력을 당한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옆에서 꾸역꾸역 아내 자리를 지켜왔던 엄마가 어떤 일들을 맞서왔는지 헤아리고 싶지도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