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30일 서귀포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날은 비가 많이 왔다. '비사이로막가'가 와도 피하지 못할 만큼의 소나기가 왔다. 습하진 않았고 오히려 상쾌하게 촘촘히 쏟아졌다. 자동차 등록 관련으로 서귀포 시청을 방문하였다. 집까지 걸어가려고 했기에 곤란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길 건너편에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있는 것을 깨닫고 신호를 기다리며 비를 맞았다. 기다리면서도 우산을 사지 말까..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 주변 한 발짝의 범위로 비가 오지 않았고, 옆을 보니 투명한 우산을 드신 등이 굽어진 할머니께서 계셨다. "비가 많이 오지~?"라며 우산을 씌어주셨다. 키가 작으셨던 탓에 나 또한 구부정하게 고개를 숙였고, "비가 많이 오네요."라고 답하며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암전히 파란 신호를 기다렸다.
나는 보통 사람들과 어울릴 때 어색한 기류가 보이면 먼저 입을 떼는 성격이지만 그 할머니와 할 수 있는 스몰 토크 주제는 '비'뿐이었다. '오늘은 비가 참 촘촘하게 오네요.', '비한테 매 맞는 것 같아요~.' 실없는 말로 공기를 채우다가 이야기가 끊겼다. 정적-
비가 빗덩이로 퐁당~ 쏟아지는 소리와 우산 위로 물방울이 토도독 떨어지는 소리가 할머니와 나를 감싸며 우리 대신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건강은 안녕하신지, 삶은 행복한지를 여쭈며 속삭였다. 어색하지 않은 공기를 음미했다. 할머니께서는 꽤나 어색해 보였다. 눈을 바라보며 그냥 웃자, 따라 웃으셨다.
청량함은 젊은이의 것이 아니였다. 비에 갇힌 우산의 공간에서 은은하고 시원한 기분을 느꼈다. 으~음! 행복했다.
ps. 우산을 샀다. 나도 비 맞는 사람에게 청량감을 주고 싶어서. 그러나 그 날은 비 맞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우산이 없으셨다면 굉(청)량감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까비!
으음- 비 오는 날 읽는 굉진의 글은 시원-하다-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