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진

첫 잉크맛

이 이야기는 순수했던 두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소녀는 피를 나눈 사이로, 한 배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격이 달랐다.

서귀포에서 살고 있었을 때 우리 아파트에는 항상 함께 몰려다니는 무리가 있었다. 나 그리고, 평생의 연적인 언니, 그리고 언니의 친구. 이 셋이서 종종 놀이터에 가서 흙을 파고, 나무를 타고, 장난을 치고는 했었다.

한 번은 언니의 친구(줄여서 언친)과 함께 언니를 놀려먹을 생각으로 차 안에 우리를 가두었다. 언니는 자동차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서 차 주위를 계속해서 맴돌았고, 나와 언친은 그런 우스운 행동을 하는 언니를 보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언니가 미끼를 던졌다.

야 계속 그러면 초콜릿 나만 먹는다~

그때의 나는 초콜릿에 미쳐있는 초딩이였다. 유치가 전부 그 달콤함에 썩어버릴 정도로 초콜릿을 사랑하고 있었다. 순수하게 나는 그 미끼를 물었고, 순순히 자동차 문을 열어 주었다.

약속된 보상을 얻기 위해 언니를 따라 나섰다. 초콜릿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행복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의 기쁨을 채워줄 그것을 만나러 갔다.

그것은 엄마가 자주 앉아있는 컴퓨터 책상 위에 있었다. 종종 컴퓨터로 마우스 게임을 하고 있었지..하며 향수를 느끼고는 책상 위 유리병에 찰랑이고 있는 초콜릿을 집었다.

병목에 입을 대고 꿀꺽- 마셨다.

느끼하고 미끄러운 맛이 났다. 이상한 마음에 다시 꿀꺽 마셨다. 내가 아는 초콜릿맛이 아니였다. 희귀한 초콜릿일까? 다시 꼴딱 마셨다.

내 입가와 입안의 여린 살들이 검은색으로 물들어갔다. 언니가 나의 모습을 깜짝 놀라고는 집전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깜짝 놀라는 소리가 전화선 너머로 들려왔다.

그길로 나는 병원을 갔다. 누군가 보면 이 아이는 대단한 잘못을 했을 거야-라고 생각할만한 몰골로 응급실에 들어갔다. 위세척을 몇번하고, 의사 선생님께 혼나고 엄마에게 혼이 나고. 이 일의 주범인 언니는 할머니께도 혼이 났다.

검은 잉크를 먹었던 순수한 굉진과 검은 잉크인줄 알면서도 굉진이가 이렇게까지 멍청할 거라 생각하지 못한 순수한 언니와의 헤프닝이다.

그 뒤로도 언니에게 많이 당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아니였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언니의 몫이였다. 언니가 불씨를 떨구면 나는 그곳에 바람을 불었지. 우리는 MBTI가 반대로 나올 정도로 정말 다르다. 하지만 파이프 사건, 우도 자전거 사건 등 큰 사건을 일으킬 때만큼은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쿵짝이 잘 맞는다. 과연 좋은 일일지 모르겠지만, 현재에 그 향수를 떠오르면 무조건적으로 웃음이 나는 웃긴 추억이니 많은 사건을 일으켜 참 좋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그런 크고 어이없는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할머니가 되어서도 낄낄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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