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진

오천원에서 건빵을 뺀 만큼 (2)

할아버지의 정체에 대해 조금씩 알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였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셨고 가족들은 모이기만 하면 시끄러워졌다. 엄마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 면회를 자주 가라고 하셨다. 할아버지가 요양원에 있다는 것과 가족들이 재산 문제로 동네를 시끄럽게 하는 것이 안쓰러웠다. 정리할 일은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 할아버지를 마음에 묻을 날이 다가오는 것 자체로 슬펐다.

할아버지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할아버지께서는 가족에게 그리 다정하시지 않았다. 사랑을 나누고 베풀 줄 모르는, 사랑에 대해 연구는 해봤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이시다.

니네 아빠는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

어머니께서 종종 하시는 말씀인데 그것이 어디로부터 전해져 왔는지는 뻔하다. 그들의 행실은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지만 아빠가 할아버지로 인해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는 게 몹시 안타까웠다. 동정심이 드는 것도 같다. 존경이 아닌 동정. 가족에게 가질 만한 마음일까 고민하게 된다.

사랑을 잘 아는 사람들은 잘 표현한다. 사랑이 가진 고귀함을 알아서 조금의 애정으로도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어머니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버티셨고, 할아버지의 가족들은 쉽게 면회를 간다. 나는 그렇게 사랑을 배웠다. 적은 양으로도 마음을 베푸는 것. 마치 오천원에서 건빵을 뺀 만큼의 사랑으로 아빠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지 않은 할아버지를 용서하는 것처럼. 언젠가 하늘에서 만나 뵙게 되었을 때 기꺼이 여러번 내 이름을 소개할 수 있다. 상냥하고 다정하게 사람들을 대하는 마음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내 주변에 그런 온정을 베풀어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할아버지 덕분에 알게 되었다.

그런 일들은 언제나 오는 것이 아님을 명심한다. 그러니까 더 소중하게 아끼고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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